About Ohyukyoung

오유경 스튜디오의 시작은 의류 브랜드였다. 옷‘만’ 만들던 디자이너 오유경은 스튜디오 체제로 변화를 꾀하며 옷‘도’ 만드는 사람이 됐다. 시즌마다 옷을 만드는 것에 더해 외부 프로젝트들을 통해 디자인의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그러는 동안 그는 많이 달라졌고 당연히 그의 손과 머리를 거친 결과물들도 달라졌다. 스튜디오로 변화한 지금, 그가 만드는 옷, 클라이언트와 함께하는 프로젝트 그리고 이 모든 일의 기반이 되는 디자인에 대한 생각과 태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리고 그는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있을까?

Q 오유경 스튜디오 옷을 좋아하지만, 일반 대중 입장에서 보면 진입 장벽이 좀 있는 옷 같아요. 그렇게 쉬운 옷은 아닌 것 같달까요?
그렇게 어려운 옷은 아닌데 또 누군가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그런 면이 동시에 존재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게 달랐으면 좋겠다고요.


Q 왜요?
살다 보면 미친 듯이 열심히 했지만 나중에 봤을 때는 별게 아닌 게 많더라고요. 전부였지만 아무것도 아닌 거죠. 반대인 경우도 많고요. 아마 다들 이런 마음을 품고 있는 것 같아요. 만들면서도 모든 옷을 보고 ‘이건 정말 적절해’라는 생각으로 디자인을 하지는 않아요. 어떨 때는 ‘과할 수도 있겠다’ 어떨 때는 ‘너무 평범한 거 아닌가’ 이런 생각 모두를 하거든요. 만드는 저한테도 이런 마음들이 공존하는데 그 마음들이 휘발되지 않고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Q 사람의 마음이 잘 담겨 있어서 그런지 오유경 스튜디오 옷은 호흡이 긴 느낌이에요.
맞아요. 저는 제가 만든 옷이 옷장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았으면 좋겠거든요. 옷이든 뭐든 수명이 굉장히 짧아진 상황이라서 그냥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옷을 만들려고 해요. 왜 한번씩 옷장 정리할 때 있잖아요? 그때 안 입는 옷들은 버리거나 팔거나 할 텐데, 그런 옷으로 분류되지 않길 바라는 거죠. ‘이거는 좀 더 입어도 되겠다’는 마음이 들 수 있게 하는 옷이요. 그러다 보니 시각적으로 잘 표현된 옷보다 적절하고 필요한 옷을 만들려는 것 같아요.


Q 옷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사람들이 사야 하잖아요? 근데 요즘은 옷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오유경 스튜디오의 옷을 사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이게 좀 세련되지 않은 이야기라서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는데. (웃음) 패션은 결핍 있는 사람이 오래하는 것 같거든요.


Q 결핍이요? (웃음)
자기 신체든 뭐든 결핍이 있으니까 꾸준히 유지하는 것 같아요. 저는 좋은 옷을 많이 입어보지 못한 게 콤플렉스였어요. 비싼 옷이 아니라 정성을 들인 옷이라고 해야 되나요? 요란스러운 디테일은 없어도 입었을 때 몸에 닿는 원단의 촉감이 좋고 평소에 접하기 힘든 소재를 웨어러블하게 썼다든지 그런 거요. 그래서 제가 옷을 만들 때 그런 옷을 만들려고 해요. 화려한 걸 좀 걷어내고 옷의 본질에 초점을 맞추는 거예요. 좋은 재료를 
써서 사람들이 입었을 때 거슬리지 않고 편안할 수 있는 옷이요. 그게 가장 자부하는 지점이자 강점이에요.


Q 좋은 재료, 편안한 경험 모두 좋은데 사람들은 그걸 잘 구분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좋은 옷이 뭔가요?
말씀드렸듯이 단순히 비싼 옷은 아니에요. 만드는 사람이 이 옷에 얼마나 애정을 쏟았냐, 입는 사람을 얼마나 배려했냐, 인 것 같아요. 있어야 할 적절한 곳에 포켓이 있고, 어느 각도에서 신발이 좀 더 잘 꺾이게 만들고··· 저는 이런 배려가 담긴 옷을 입은 사람은 삶에서도 그 태도가 배어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옷을 입을 때마다 이런 경험을 한 사람들은 실제로도 그런 배려를 인지하고 신경 쓰는 것 같아요.


Q 아, 그런 거라면 저도 많이 느껴요. 쉽게 산 옷을 입으면 뭔가 덜 조심하고, 막 행동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근데 신경 써서 애정을 갖고 산 옷들을 입으면 확실히 태도가 달라지게 되더라고요.
맞아요. 그게 가격의 문제라기보다는 옷에 담긴 스토리가 있냐, 없냐의 차이인 것같아요. 물론 사람들은 항상 저희 옷을 사는 게 아니라 가끔 사지만 그때만이라도 그게 느껴졌으면 해요. 그래서 이런 부분을 더 신경 써야겠다 생각하고요.


Q 옷의 스토리를 알리려면 SNS 마케팅이나 셀럽 마케팅을 하는 것도 방법일 것 같은데 오유경 스튜디오는 어때요?
고민이 많은 부분이죠. 마케팅 업체를 쓰거나 셀럽들에게 공들이는 브랜드는 정말 많잖아요. 저희도 저희 방향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결이 잘 맞는 업체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희는 패션 브랜드만 하는 게 아니에요. 다른 브랜드들이랑은 호흡도 많이 다르고요. 그렇다고 마케팅을 위해 저희 호흡을 잃는 건 하고 싶지 않았어요. 셀럽 마케팅도 마찬가지예요. 물론 그렇게 해서 많이 팔리면 좋겠죠. 근데 저희는 단순히 옷을 많이 팔려고 일을 하는 건 아니에요. 이번 시즌 옷 잘 팔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같은 일을 반복하고 싶거든요. 그러려면 업체를 쓰고 셀럽 마케팅을 하는 데 비용을 들이는 것보다 저희랑 함께 일하는 친구들에게 돈을 쓰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요.


Q 반복하기 위해 사람에게 돈을 쓴다는 게 어떤 말인가요?
옷만 팔고 말 게 아니라 스튜디오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고 꾸준히 반복적으로 이 행위를 지속하고 싶은데, 그걸 하려면 저희랑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행복해야 해요. 이 친구들이 꾸준히 일해서 자신들의 삶을 잘 살아내면 일을 할 때도 더 좋은 선택을 하게 돼요. 그 선택들이 쌓이면 취향이 되고, 그럼 그게 저희라는 브랜드가 되는 것 같아요. 저희는 그런 브랜드가 되고 싶은 거죠. 삶도, 일도 잘 살아내는 사람들의 취향이 쌓인 브랜드요.


Q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좋은 삶의 기준 중 하나일 수 있잖아요?
당연히 그렇죠.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까 하나를 좇다 보면 다른 하나를 잃게 되더라고요. 이윤을 내야 하는 회사니까 돈을 벌어야 하긴 하지만 저희는 돈을 좇으면 오히려 돈을 못 버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우리 진짜 악착같이 돈 벌자!’ 하면서 삶도 지키면 좋은데 그건 진짜 어렵잖아요. 좀 어렵게 가는 집단인 것 같긴 한데 (웃음) 저희 삶도 지키면서 지속할 수 있는 만큼 돈 벌고 싶어요. 돈을 좇아서 일을 하려고 하지는 않아요.

Q 벌써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브랜드를 운영해온 셈인데 많은 변화가 있으셨죠? 어떤 게 가장 크게 변했다고 생각하세요?
사회 초년생이었을 때는 뭔가 빛이 나는 것에 대한 동경이 있었던 것 같아요. 굉장히 반짝이고 싶었어요. 그래서 옷을 만들 때도 시각적으로 돋보일 수 있게끔 만들었고요. 그런데 지금은 뭔가가 반짝일 수 있게 만드는 환경이 더 흥미롭게 다가오더라고요. 원래는 대상에 집중했는데 이제는 대상 주변이 보이는 거죠. 이제는 빛나는 것에만 매달리지 않아요.


Q 어른이 됐군요.
나이가 든 거죠. (웃음) 이제는 예쁜 돌멩이가 아니라 단단한 퇴적암이 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최근에는 브랜드를 운영한다는 것 자체를 굉장히 긴 호흡으로 보고 있어요. 제가 단단해지려면 지금까지, 그리고 지금의 경험이 모두 퇴적돼서 쌓여야 할 거 아니에요? 그래서 여러 색깔들을 쌓아놓고 있는 것 같아요. 세월의 흔적이 전부 묻어 있는 큰 퇴적암이 되고 싶어요.


Q 예쁜 돌멩이에서 퇴적암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 건 큰 변화네요. 스튜디오 체제가 돼서 변한 것도 있을까요?
형식의 변화가 있는 것 같긴 해요. 예전에는 옷만 만들었잖아요. 그래서 어떻게든 제 마음이나 가치관을 옷에 투영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사람들한테는 그냥 옷이지만 저한테는 하나뿐인 작품이니까요. 근데 스튜디오 체제가 되니 그걸 옷으로만 풀지 않아도 되더라고요. 저의 생각이든 브랜드의 다양성이든 보여줄 수 있는 경로가 많아니까 옷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거죠.


Q 맞아요. 가끔 보면 ‘이런 걸 디자한다고?’ 하면서 감탄할 때가 있어요.
다양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싶은 것 같아요. 옷만 만들고 파는 게 아니라 다양한 디자인 활동을 한다는 걸요. 유니폼 디자인도 하고, 아트웍도 하고, 저희 옷도 만들고 있는데 이런 모든 게 덩어리처럼 묶여서 오유경 스튜디오가 좀 더 입체적으로 보이길 바라는 것 같아요.

Q 듣다 보니 궁금하네요. 오유경 스튜디오가 생각하는 디자인은 뭔가요?
한정된 재화에서 가장 멋진 걸 만드는 것 같아요. ‘가장 멋진’이라는 건 편안한 기능을 갖췄는데 미적으로도 아름다운 걸 의미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여기에 서비스가 추가돼야 하고요.


Q 서비스가 어떤 의미인가요?
아까 ‘배려’라고 표현한 게 그런 것 같아요. 지금 당장의 소비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소비 이후에 사용하는 시간까지도 생각해야 하는 거죠. 사실 클라이언트분들도 그렇고 옷을 사주시는 고객분들도 그렇고 돈을 지불하고 제가 만든 걸 사는 거잖아요? 그러려면 사준 사람의 생활에서도 잘 자리 잡을 수 있는 디자인을 해야 돼요. 그래서 원가 대비 마진을 적게 해서 양질의 옷을 만들고, 프로젝트를 할 때는 최대치를 끌어내려고 하는 거예요. 그게 서비스라고 생각해서요.


Q 지금 서비스를 너무 많이 하고 계신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굉장히 다양한 클라이언트들과 프로젝트를 하고 있잖아요. 힘들진 않나요?
물리적으로 힘든 것도 있는데, 마음을 억누르는 게 좀 힘들어요.


Q 마음이요?
저는 디자이너잖아요. 그래서 돈을 받으면 최대치를 쓰고 싶어요. 돈을 최대한 다 써서 이 돈을 넘어서는 결과물을 만들고 싶은 거죠. 당연히 내부에서는 남는 게 하나도 없다고 핀잔 줘요. 대체 왜 네 돈을 더 갖다 써서 하냐고요. (웃음) 한번은 클라이언트가 말린 적도 있을 정도였어요. 그런 마음을 자제하는 게 좀 힘들어요.


Q 디자이너로서의 욕망이군요.
근데 이게 ‘우리 브랜드 느낌을 넣고 싶어!’는 아니에요. 저는 오히려 클라이언트들의 분위기와 맞는 디자인이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디자인하면 저희한테도 좋은 것 같아요. 저희 브랜드에서 느끼지 못하거나 고객들은 아예 몰랐던 오유경 스튜디오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Q 디자인 과정에서 클라이언트들과 의견이 어긋날 때는 없었나요?
아직은 ‘어긋났다’고 표현할 수 있는 상황은 없었어요. 클라이언트분들이 다 저희 브랜드 방향성이나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던 것 같아요. 이런저런 피드백이 올 때는 있는데 저는 그때마다 오히려 굉장히 좋은 자극을 받아요. 제가 고른 컬러보다 클라이언트 쪽에서 골라준 컬러가 누가 봐도 더 좋을 때도 있었고, 어떤 피드백들은 납득이 갈 때가 많았거든요. 줏대 없어 보이나요?


Q 그런 피드백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건 줏대 있는 게 아니라 괜한 아집이죠. (웃음) 그래도 마음에 안 드는 디자인을 하시는 건 아니잖아요?
맞아요, 보이지 않는 선이 있죠. 저희가 보기에 ‘이건 아니다’ 싶은 건 안 만들어요. 디자인에는 소재, 형태, 기능, 비율 등등 여러 요소가 있잖아요. 그런 물적 기준으로 봤을 때 별로인 것 같은 디자인은 아예 하지 않는 거죠.


Q 오유경이라는 개인과 오유경 스튜디오의 결과물은 결이 좀 달라요. 오유경이란 사람은 비비드한 컬러에 가깝지만 결과물들은 단아한 무채색 느낌이랄까요?
성격과 취향의 차이인 것 같아요. 제가 밝고 만화 좋아하고 농담도 잘하는 사람이지만 화려한 거나 특이한 걸 좋아하진 않는 것 같아요. 근데 옛날에는 이걸 통일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난 성격이 밝고 재밌는 게 좋으니까 내가 만드는 것도 화사하고 재밌게 표현해야지, 이렇게요. 제가 곧 브랜드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근데 지금은 좀 달라졌어요. 당연히 저와 브랜드를 떼려야 뗄 순 없겠지만 검정색 옷 입고 만화책 읽는 모습도 재밌는 것 같아요. 만화 좋아한다고 옷도 만화처럼 입어야 되는 건 아니니까요.


Q 개인적으로도, 커리어적으로도 다양한 모습을 품고 있다 보니 물리적으로 힘이 들 것 같아요.
절대적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내가 여러 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정말 많이 해요. (웃음) 근데 이걸 다 이겨낼 수 있는 건 지속하고 싶다는 욕망 때문인 것 같아요. 없어지는 거 진짜 쉽거든요. 시간이 많이 지나면 없어진 것에도 적응을 하겠지만, 그 과정을 겪는 마음은 그렇지 않잖아요. 지속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면 정말 무섭거든요. 언젠가 이 브랜드가 사라질 수는 있겠지만, 그래서 제가 무서워지는 상황이 올 수 있지만 그걸 최대한 늦게 느끼고 싶어요.


Q 맞아요. 살아남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죠. 어떻게 생각하면 시대가 정말 빠르게 변해서인 것 같기도 해요. 그게 뭐든 너무 빨리 변하고 쉽게 버려지는 세상인데, 오유경 스튜디오가 놓지 않으려는 가치는 뭔가요?
지속 가능성이요. 브랜드로서도 생존하고 싶고, 사람들 삶에서도 저희가 만든 것들이 계속 지속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내 삶에 얘네 건 좀 남겨놔도 되겠어.’ 이런 마음이 오랫동안 들 수 있게 하는 걸 만들 거예요.

오유경 스튜디오의 시작은 의류 브랜드였다. 옷‘만’ 만들던 디자이너 오유경은 스튜디오 체제로 변화를 꾀하며 옷‘도’ 만드는 사람이 됐다. 시즌마다 옷을 만드는 것에 더해 외부 프로젝트들을 통해 디자인의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그러는 동안 그는 많이 달라졌고 당연히 그의 손과 머리를 거친 결과물들도 달라졌다. 스튜디오로 변화한 지금, 그가 만드는 옷, 클라이언트와 함께하는 프로젝트 그리고 이 모든 일의 기반이 되는 디자인에 대한 생각과 태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리고 그는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있을까?


삶의 태도와 마음을 담는 옷


Q 오유경 스튜디오 옷을 좋아하지만, 일반 대중 입장에서 보면 진입 장벽이 좀 있는 옷 같아요. 그렇게 쉬운 옷은 아닌 것 같달까요?

그렇게 어려운 옷은 아닌데 또 누군가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그런 면이 동시에 존재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게 달랐으면 좋겠다고요.


Q 왜요?

살다 보면 미친 듯이 열심히 했지만 나중에 봤을 때는 별게 아닌 게 많더라고요. 전부였지만 아무것도 아닌 거죠. 반대인 경우도 많고요. 아마 다들 이런 마음을 품고 있는 것 같아요. 만들면서도 모든 옷을 보고 ‘이건 정말 적절해’라는 생각으로 디자인을 하지는 않아요. 어떨 때는 ‘과할 수도 있겠다’ 어떨 때는 ‘너무 평범한 거 아닌가’ 이런 생각 모두를 하거든요. 만드는 저한테도 이런 마음들이 공존하는데 그 마음들이 휘발되지 않고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Q 사람의 마음이 잘 담겨 있어서 그런지 오유경 스튜디오 옷은 호흡이 긴 느낌이에요.

맞아요. 저는 제가 만든 옷이 옷장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았으면 좋겠거든요. 옷이든 뭐든 수명이 굉장히 짧아진 상황이라서 그냥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옷을 만들려고 해요. 왜 한번씩 옷장 정리할 때 있잖아요? 그때 안 입는 옷들은 버리거나 팔거나 할 텐데, 그런 옷으로 분류되지 않길 바라는 거죠. ‘이거는 좀 더 입어도 되겠다’는 마음이 들 수 있게 하는 옷이요. 그러다 보니 시각적으로 잘 표현된 옷보다 적절하고 필요한 옷을 만들려는 것 같아요.


Q 옷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사람들이 사야 하잖아요? 근데 요즘은 옷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오유경 스튜디오의 옷을 사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이게 좀 세련되지 않은 이야기라서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는데. (웃음) 패션은 결핍 있는 사람이 오래하는 것 같거든요.


Q 결핍이요? (웃음)

자기 신체든 뭐든 결핍이 있으니까 꾸준히 유지하는 것 같아요. 저는 좋은 옷을 많이 입어보지 못한 게 콤플렉스였어요. 비싼 옷이 아니라 정성을 들인 옷이라고 해야 되나요? 요란스러운 디테일은 없어도 입었을 때 몸에 닿는 원단의 촉감이 좋고 평소에 접하기 힘든 소재를 웨어러블하게 썼다든지 그런 거요. 그래서 제가 옷을 만들 때 그런 옷을 만들려고 해요. 화려한 걸 좀 걷어내고 옷의 본질에 초점을 맞추는 거예요. 좋은 재료를 써서 사람들이 입었을 때 거슬리지 않고 편안할 수 있는 옷이요. 그게 가장 자부하는 지점이자 강점이에요.


Q 좋은 재료, 편안한 경험 모두 좋은데 사람들은 그걸 잘 구분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좋은 옷이 뭔가요?

말씀드렸듯이 단순히 비싼 옷은 아니에요. 만드는 사람이 이 옷에 얼마나 애정을 쏟았냐, 입는 사람을 얼마나 배려했냐, 인 것 같아요. 있어야 할 적절한 곳에 포켓이 있고, 어느 각도에서 신발이 좀 더 잘 꺾이게 만들고··· 저는 이런 배려가 담긴 옷을 입은 사람은 삶에서도 그 태도가 배어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옷을 입을 때마다 이런 경험을 한 사람들은 실제로도 그런 배려를 인지하고 신경 쓰는 것 같아요.


Q 아, 그런 거라면 저도 많이 느껴요. 쉽게 산 옷을 입으면 뭔가 덜 조심하고, 막 행동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근데 신경 써서 애정을 갖고 산 옷들을 입으면 확실히 태도가 달라지게 되더라고요.

맞아요. 그게 가격의 문제라기보다는 옷에 담긴 스토리가 있냐, 없냐의 차이인 것같아요. 물론 사람들은 항상 저희 옷을 사는 게 아니라 가끔 사지만 그때만이라도 그게 느껴졌으면 해요. 그래서 이런 부분을 더 신경 써야겠다 생각하고요.


좋은 선택들이 모여 만든 브랜드


Q 옷의 스토리를 알리려면 SNS 마케팅이나 셀럽 마케팅을 하는 것도 방법일 것 같은데 오유경 스튜디오는 어때요?

고민이 많은 부분이죠. 마케팅 업체를 쓰거나 셀럽들에게 공들이는 브랜드는 정말 많잖아요. 저희도 저희 방향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결이 잘 맞는 업체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희는 패션 브랜드만 하는 게 아니에요. 다른 브랜드들이랑은 호흡도 많이 다르고요. 그렇다고 마케팅을 위해 저희 호흡을 잃는 건 하고 싶지 않았어요. 셀럽 마케팅도 마찬가지예요. 물론 그렇게 해서 많이 팔리면 좋겠죠. 근데 저희는 단순히 옷을 많이 팔려고 일을 하는 건 아니에요. 이번 시즌 옷 잘 팔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같은 일을 반복하고 싶거든요. 그러려면 업체를 쓰고 셀럽 마케팅을 하는 데 비용을 들이는 것보다 저희랑 함께 일하는 친구들에게 돈을 쓰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요.


Q 반복하기 위해 사람에게 돈을 쓴다는 게 어떤 말인가요?

옷만 팔고 말 게 아니라 스튜디오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고 꾸준히 반복적으로 이 행위를 지속하고 싶은데, 그걸 하려면 저희랑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행복해야 해요. 이 친구들이 꾸준히 일해서 자신들의 삶을 잘 살아내면 일을 할 때도 더 좋은 선택을 하게 돼요. 그 선택들이 쌓이면 취향이 되고, 그럼 그게 저희라는 브랜드가 되는 것 같아요. 저희는 그런 브랜드가 되고 싶은 거죠. 삶도, 일도 잘 살아내는 사람들의 취향이 쌓인 브랜드요.


Q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좋은 삶의 기준 중 하나일 수 있잖아요?

당연히 그렇죠.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까 하나를 좇다 보면 다른 하나를 잃게 되더라고요. 이윤을 내야 하는 회사니까 돈을 벌어야 하긴 하지만 저희는 돈을 좇으면 오히려 돈을 못 버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우리 진짜 악착같이 돈 벌자!’ 하면서 삶도 지키면 좋은데 그건 진짜 어렵잖아요. 좀 어렵게 가는 집단인 것 같긴 한데 (웃음) 저희 삶도 지키면서 지속할 수 있는 만큼 돈 벌고 싶어요. 돈을 좇아서 일을 하려고 하지는 않아요.


퇴적층을 쌓는 시간들


Q 벌써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브랜드를 운영해온 셈인데 많은 변화가 있으셨죠? 어떤 게 가장 크게 변했다고 생각하세요?

사회 초년생이었을 때는 뭔가 빛이 나는 것에 대한 동경이 있었던 것 같아요. 굉장히 반짝이고 싶었어요. 그래서 옷을 만들 때도 시각적으로 돋보일 수 있게끔 만들었고요. 그런데 지금은 뭔가가 반짝일 수 있게 만드는 환경이 더 흥미롭게 다가오더라고요. 원래는 대상에 집중했는데 이제는 대상 주변이 보이는 거죠. 이제는 빛나는 것에만 매달리지 않아요.


Q 어른이 됐군요.

나이가 든 거죠. (웃음) 이제는 예쁜 돌멩이가 아니라 단단한 퇴적암이 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최근에는 브랜드를 운영한다는 것 자체를 굉장히 긴 호흡으로 보고 있어요. 제가 단단해지려면 지금까지, 그리고 지금의 경험이 모두 퇴적돼서 쌓여야 할 거 아니에요? 그래서 여러 색깔들을 쌓아놓고 있는 것 같아요. 세월의 흔적이 전부 묻어 있는 큰 퇴적암이 되고 싶어요.


Q 예쁜 돌멩이에서 퇴적암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 건 큰 변화네요. 스튜디오 체제가 돼서 변한 것도 있을까요?

형식의 변화가 있는 것 같긴 해요. 예전에는 옷만 만들었잖아요. 그래서 어떻게든 제 마음이나 가치관을 옷에 투영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사람들한테는 그냥 옷이지만 저한테는 하나뿐인 작품이니까요. 근데 스튜디오 체제가 되니 그걸 옷으로만 풀지 않아도 되더라고요. 저의 생각이든 브랜드의 다양성이든 보여줄 수 있는 경로가 많아니까 옷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거죠.


Q 맞아요. 가끔 보면 ‘이런 걸 디자한다고?’ 하면서 감탄할 때가 있어요.

다양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싶은 것 같아요. 옷만 만들고 파는 게 아니라 다양한 디자인 활동을 한다는 걸요. 유니폼 디자인도 하고, 아트웍도 하고, 저희 옷도 만들고 있는데 이런 모든 게 덩어리처럼 묶여서 오유경 스튜디오가 좀 더 입체적으로 보이길 바라는 것 같아요.


가장 멋진 서비스를 창출하는 행위


Q 듣다 보니 궁금하네요. 오유경 스튜디오가 생각하는 디자인은 뭔가요?

한정된 재화에서 가장 멋진 걸 만드는 것 같아요. ‘가장 멋진’이라는 건 편안한 기능을 갖췄는데 미적으로도 아름다운 걸 의미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여기에 서비스가 추가돼야 하고요.


Q 서비스가 어떤 의미인가요?

아까 ‘배려’라고 표현한 게 그런 것 같아요. 지금 당장의 소비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소비 이후에 사용하는 시간까지도 생각해야 하는 거죠. 사실 클라이언트분들도 그렇고 옷을 사주시는 고객분들도 그렇고 돈을 지불하고 제가 만든 걸 사는 거잖아요? 그러려면 사준 사람의 생활에서도 잘 자리 잡을 수 있는 디자인을 해야 돼요. 그래서 원가 대비 마진을 적게 해서 양질의 옷을 만들고, 프로젝트를 할 때는 최대치를 끌어내려고 하는 거예요. 그게 서비스라고 생각해서요.


Q 지금 서비스를 너무 많이 하고 계신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굉장히 다양한 클라이언트들과 프로젝트를 하고 있잖아요. 힘들진 않나요?

물리적으로 힘든 것도 있는데, 마음을 억누르는 게 좀 힘들어요.


Q 마음이요?

저는 디자이너잖아요. 그래서 돈을 받으면 최대치를 쓰고 싶어요. 돈을 최대한 다 써서 이 돈을 넘어서는 결과물을 만들고 싶은 거죠. 당연히 내부에서는 남는 게 하나도 없다고 핀잔 줘요. 대체 왜 네 돈을 더 갖다 써서 하냐고요. (웃음) 한번은 클라이언트가 말린 적도 있을 정도였어요. 그런 마음을 자제하는 게 좀 힘들어요.


Q 디자이너로서의 욕망이군요.

근데 이게 ‘우리 브랜드 느낌을 넣고 싶어!’는 아니에요. 저는 오히려 클라이언트들의 분위기와 맞는 디자인이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디자인하면 저희한테도 좋은 것 같아요. 저희 브랜드에서 느끼지 못하거나 고객들은 아예 몰랐던 오유경 스튜디오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Q 디자인 과정에서 클라이언트들과 의견이 어긋날 때는 없었나요?

아직은 ‘어긋났다’고 표현할 수 있는 상황은 없었어요. 클라이언트분들이 다 저희 브랜드 방향성이나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던 것 같아요. 이런저런 피드백이 올 때는 있는데 저는 그때마다 오히려 굉장히 좋은 자극을 받아요. 제가 고른 컬러보다 클라이언트 쪽에서 골라준 컬러가 누가 봐도 더 좋을 때도 있었고, 어떤 피드백들은 납득이 갈 때가 많았거든요. 줏대 없어 보이나요?


Q 그런 피드백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건 줏대 있는 게 아니라 괜한 아집이죠. (웃음) 그래도 마음에 안 드는 디자인을 하시는 건 아니잖아요?

맞아요, 보이지 않는 선이 있죠. 저희가 보기에 ‘이건 아니다’ 싶은 건 안 만들어요. 디자인에는 소재, 형태, 기능, 비율 등등 여러 요소가 있잖아요. 그런 물적 기준으로 봤을 때 별로인 것 같은 디자인은 아예 하지 않는 거죠.


지속 가능성이라는 최대 가치


Q 오유경이라는 개인과 오유경 스튜디오의 결과물은 결이 좀 달라요. 오유경이란 사람은 비비드한 컬러에 가깝지만 결과물들은 단아한 무채색 느낌이랄까요?

성격과 취향의 차이인 것 같아요. 제가 밝고 만화 좋아하고 농담도 잘하는 사람이지만 화려한 거나 특이한 걸 좋아하진 않는 것 같아요. 근데 옛날에는 이걸 통일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난 성격이 밝고 재밌는 게 좋으니까 내가 만드는 것도 화사하고 재밌게 표현해야지, 이렇게요. 제가 곧 브랜드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근데 지금은 좀 달라졌어요. 당연히 저와 브랜드를 떼려야 뗄 순 없겠지만 검정색 옷 입고 만화책 읽는 모습도 재밌는 것 같아요. 만화 좋아한다고 옷도 만화처럼 입어야 되는 건 아니니까요.


Q 개인적으로도, 커리어적으로도 다양한 모습을 품고 있다 보니 물리적으로 힘이 들 것 같아요.

절대적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내가 여러 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정말 많이 해요. (웃음) 근데 이걸 다 이겨낼 수 있는 건 지속하고 싶다는 욕망 때문인 것 같아요. 없어지는 거 진짜 쉽거든요. 시간이 많이 지나면 없어진 것에도 적응을 하겠지만, 그 과정을 겪는 마음은 그렇지 않잖아요. 지속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면 정말 무섭거든요. 언젠가 이 브랜드가 사라질 수는 있겠지만, 그래서 제가 무서워지는 상황이 올 수 있지만 그걸 최대한 늦게 느끼고 싶어요.


Q 맞아요. 살아남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죠. 어떻게 생각하면 시대가 정말 빠르게 변해서인 것 같기도 해요. 그게 뭐든 너무 빨리 변하고 쉽게 버려지는 세상인데, 오유경 스튜디오가 놓지 않으려는 가치는 뭔가요?

지속 가능성이요. 브랜드로서도 생존하고 싶고, 사람들 삶에서도 저희가 만든 것들이 계속 지속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내 삶에 얘네 건 좀 남겨놔도 되겠어.’ 이런 마음이 오랫동안 들 수 있게 하는 걸 만들 거예요.